AI가 도로를 인식하는 시대
폴스타와 구글의 혁신 협업
한국이 제외된 이유와 파장
AI가 도로를 인식하는 시대의 시작

이제 차량이 사람보다 먼저 도로를 ‘읽는’ 시대가 열렸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구글맵과 공동으로 개발한 ‘라이브 차선 안내(Live Lane Guidance)’ 기능을 2025년형 폴스타 4에 처음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능은 단순한 내비게이션 안내를 넘어, AI가 차량 전면 카메라를 통해 실제 도로 상황을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이다. 운전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시스템이 스스로 도로의 구조를 인식하고 최적의 차선을 시각적으로 표시해준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출구로 빠질 때 AI가 올바른 차선을 파란색으로 강조해 혼란을 줄인다. 또한 잘못된 차선 진입 시 차량 내부의 경고 시스템이 즉각 작동한다. 폴스타 측은 “AI가 인간의 시야를 대체해 도로를 해석하고, 운전자가 오판할 여지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기존 내비게이션의 단순한 지도 기반 안내에서, 인공지능이 주행 의사결정의 핵심 역할을 하는 단계로 도약한 셈이다.
폴스타와 구글의 5년 협업이 낳은 결과

이번 기술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결과가 아니다. 폴스타와 구글은 2020년 ‘폴스타 2’에 ‘구글 빌트인(Google Built-in)’ 인포테인먼트를 도입하며 협업을 시작했다. 이후 5년 동안 차량 데이터 처리, 도로 인식 AI, 음성 인식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라이브 차선 안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기능은 기존 구글맵 내비게이션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단순한 방향 안내가 아닌 ‘어느 차선에 있어야 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폴스타 4의 10.2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차선 정보는 AI의 실시간 연산으로 업데이트되며, 도심 주행 중에도 오차 없이 정확한 경로를 제시한다. 폴스타의 UX 책임자 시드 오데르는 “이번 기술은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설계”라며 “특히 복잡한 도심과 고속도로 구간에서 차선 변경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단순 보조가 아니라 운전의 파트너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왜 빠졌나… 기술력보다 시장성 문제


하지만 이 혁신 기술의 첫 적용국은 미국과 스웨덴으로 한정됐다. 폴스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을 배포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초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폴스타 측은 “한국은 이미 카카오내비, 티맵 등에서 고도화된 실시간 차선 안내 기술을 제공 중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도로 색상 표시, 차선별 진출입 안내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기술 중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 수집 규제, 지도 정보 공개 제한 등 국내 제도적 장벽이 외국계 기술의 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반 내비게이션은 단순 지도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데이터 활용 정책과 연결된다”며 “한국의 규제 환경이 완화되지 않으면 구글의 차세대 운전 보조 기능은 쉽게 들어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내비게이션,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순간

폴스타 4의 ‘라이브 차선 안내’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앱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이젠 자동차 자체가 AI를 기반으로 도로를 판단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즉각 해석해 안전한 주행을 지원하는 기술은 자율주행으로 향하는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능이 자율주행의 완전한 단계로 가기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향후 폴스타 외에도 다른 제조사와 협력을 확대해 AI 기반 주행 보조 시스템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보다 자동차 자체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AI가 운전을 함께하는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