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경관 훼손 우려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지구’ 지정 맞대응
서울시 “법적 문제없다”?
서울시의 높이 완화 결정이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을 다시 불러오며 갈등의 중심

서울 종묘 일대가 또다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대폭 변경해 건물 높이를 기존 71.9m에서 무려 145m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확정 고시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역사적 경관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당 구역은 종묘와 마주 본 입지 특성상 오래전부터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이 반복돼 왔고, 여러 차례의 조정 끝에 개발 지연이 이어지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건축 높이 변경을 넘어, 종묘가 가진 세계유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문화재보호법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경계 100m 이외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현상변경 허가 대상이 아니며 법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관은 거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반박과 함께 시민사회, 학계, 문화재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지구 지정이라는 강경 조치를 내놓으며 종묘 보호 의지 분명

서울시의 높이 완화 발표 직후 국가유산청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13일 열린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는 종묘 일대 91필지, 총 19만 4000㎡ 규모를 ‘세계유산지구’로 신규 지정하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는 종묘가 이미 사적으로 지정된 구역 전체를 동일하게 세계유산 보호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의미이며, 사실상 종묘 일대의 어떤 개발이라도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되는 조치입니다.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에서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 사업의 경우 반드시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유네스코가 세운4구역 재개발이 종묘 경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평가를 요구해 왔음에도 서울시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국가 차원의 제동으로 해석됩니다. 국가유산청은 이미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공문을 보냈으나 공식적인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를 통해 적극적인 보호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단체들이 이번 개발안을 ‘유산 훼손’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학계로 확산

학계와 관련 단체들의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국고고학회, 건축역사학회 등 27개 학회와 6개 협회가 공동 성명을 통해 서울시의 고층 건물 허용 결정은 “종묘의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심각한 유산 훼손 행위”라며 강력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세계유산의 개념을 단일 건축물이 아닌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구성된 ‘전체 경관’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묘는 왕실 제례와 공간 구성이 그대로 보존된 전 세계적으로 드문 형태의 유산으로, 주변 도시 구조와 자연 경관이 함께 이루는 시각적 흐름이 유네스코 등록 가치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법적 문제만을 근거로 고층 개발을 허용한 것은 세계유산 보존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종묘 앞 초고층 건물이 지어질 경우 원경·중경·근경 모두에서 종묘 본래의 역사적 분위기가 크게 훼손될 수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유산 관리 기준에 대한 신뢰도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사업과 유산 보존이 충돌하며 세운4구역의 향후 진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는 상황

반면 재개발 사업 관계자들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업 장기화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세운4구역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정책 혼선과 갈등으로 개발이 지연돼 왔으며, 이번 세계유산지구 지정은 사실상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적용될 경우 사업 구조, 건물 배치, 높이, 디자인, 주변 환경까지 다시 검토해야 하며, 이는 최소 1~2년 이상의 추가 소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재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세계유산 보호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임을 명확히 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라는 무형유산적 가치까지 더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복합 문화 유산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이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며, 세운4구역의 미래 역시 한동안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