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해외선 반값 세일 국내선 논란
가격 격차 부른 경쟁과 유통 구조의 차이
실적 악화 속 프리미엄 전략이 만든 불만
미국은 반값 세일, 한국은 제값 고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다가오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섰다. 미국 내 주요 유통망과 온라인몰에서는 두 회사의 TV 제품이 최대 50% 가까이 할인되며 현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98인치 네오 QLED TV를 기존 1만5천 달러에서 9천 달러로 낮췄고, LG전자는 65인치 OLED TV를 반값에, 83인치 OLED 에보 M시리즈를 37%가량 할인해 판매 중이다.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세일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할인 폭이 훨씬 적거나 구형 모델만 행사 대상에 포함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브랜드 제품인데 왜 한국만 비싼가”라는 불평이 이어지며, 역차별 논란이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가격 차이의 이유, 시장 경쟁과 유통 구조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한국의 가격 차이를 단순한 환율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이유는 시장 경쟁이다. 미국은 TCL, 하이센스 같은 중국 저가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어, 삼성과 LG로서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상징적 할인 시즌을 놓칠 수 없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 곧바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유통 구조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량 구매 후 자체 재고를 관리하기 때문에, 연말 시즌에 재고를 털기 위한 대폭 할인 행사를 자주 연다. 반면 한국은 제조사 직영 매장이 많아 가격 통제가 쉽고, 재고 부담이 적어 할인 폭이 제한적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국가 간 가격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적 부진 속 프리미엄 중심 전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 부문 실적에서 잇따라 부진을 겪었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에만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전자의 VD사업부 역시 1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와 OLED TV를, LG전자는 웹OS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와 광고 수익 확대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방어’로 보인다. 실제로 고급 라인업을 중심으로 가격이 유지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려다 소비자 신뢰를 잃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브랜드 신뢰 흔들릴 수도

국내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을 미국에서는 반값에 사는데, 한국에서는 제값을 내야 한다”며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일부는 해외 직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며, 환율과 관세를 감안해도 여전히 국내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소비자는 봉인가”, “삼성과 LG가 한국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만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시장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근간인 국내 소비자의 만족을 외면한 전략은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